(베스트 일레븐=밀양)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강원 FC에 상륙한지도 몇 달이 지났다. 지난 시즌은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하기 위해 정신없었다면, 2022년은 겨우내 팀을 정돈하고 올라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몹시 바쁘다.

<베스트 일레븐>이 밀양에서 마주한 최용수 감독은 강원과 함께 장기적 비전을 그리고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와 힘을 모아 명문으로 가는 초석을 놓겠다는 의지가 무척 강해보였다. 2022년은 그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최용수 감독은 전에 없던 도전을 앞둬 동기부여가 상당하다. 갖춰진 클럽에서 시작하는 게 아닌, 갖추지 못한 클럽을 ‘갖춘 클럽’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간만에 승부사의 욕망이 다시 불타오른다. 최용수 감독과 강원이 만들어갈 새로운 이야기가 주목되는 순간이다.
 

b11: 요즘도 ‘구척장신’의 경기 챙겨보는지 궁금합니다!

“지나고 보니까 정말 좋은 추억입니다. 여전히 생생하네요. ‘구척장신’의 경기는 지금도 틈틈이 챙겨봅니다. 잘 표현은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항상 응원합니다. 그나저나 ‘우리 (이)현이’가 그렇게 급성장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내가 마음이 아플 정도로 심각했는데…. 어떻게 이 친구를 도와야 하나 고민 많았어요. 이렇게 몇 개월 만에 좋아진 건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이야~ 깜짝 깜짝 놀라요.”

b11: ‘구척장신’의 정신력을 칭찬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현재 강원 선수들의 정신력은 어떻게 보시나요?

“솔직히 이전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었지 않았나 싶어요. ‘적당주의자’들이나 ‘개인주의자’들처럼 하면 안 됩니다. 그래도 지금은 강원의 많은 부분이 개선됐습니다. 선수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여줄 때마다 고무적입니다. 축구는 ‘내가 리더’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시너지가 납니다.”

b11: 지난 시즌 잔류를 확정한 이후 관중석 앞에서 ‘어퍼컷’으로 교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접 만난 강원팬들은 어떤 느낌인가요?

“제가 FC 서울에 있을 때 강원 원정을 왔던 기억이 납니다. 팬들에게 야유와 욕설 많이 들었죠(웃음).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강원팬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습니다.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분들이에요.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홈팬들의 진정성 어린 응원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b11: 지난 이야기지만, 강원 부임을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생각이 어떻게 바뀌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도자가 된 이후에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강원의 제안이 왔을 무렵엔 가족과 한창 행복한 시기였거든요. 더군다나 강원은 생각지도 못했던 클럽이었던 게 사실이고요. 솔직히 자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영표 대표이사가 워낙 적극적이었습니다. 일관성·진정성·비전 등을 보여줬어요. 그런  열정적인 모습과 강원이 품은 비전 등이 결국 저를 움직였습니다. 잠재력 있는 구단에서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좋은 환경에서 감독을 해봤으니 이젠 팀을 명문으로 끌어가는 기반을 다지는 구실도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b11: 승리에 대한 욕망, 예전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을까요?

“감독이라는 위치에서 승부 근성이나 열정이 줄어들면 그만둬야죠.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감독을 하면 한국 축구에 마이너스에요.”

b11: 강원의 에이스로 떠오른 김대원 선수, 현 강원 멤버 중 가장 오래된 정승용 선수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드립니다.

“대원이는 벤투호의 부름도 받았죠? 상당히 젊은 친구고 발전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 강원에 ‘간판이 될’ 조건들을 가지고 있어요. 훈련과 경기 때도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승용이 같은 경우에는 제가 봤을 때 K리그 내에서 저평가 됐어요. 가진 장점을 더 끄집어내야 합니다. 이 친구가 극한의 한계까지 갈 수 있는 걸 두려워하는 것도 같습니다. 더 하면 더 보여줄 수 있을 텐데요. 팀과 나는 그걸 원합니다. 훈련 때 보이는 몸놀림은 나이가 몇 살인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b11: 최근 서민우 선수가 화려한 멘트로 기자 회견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교수님 같아요. 생긴 이미지와 다르게 역사나 철학에 관심이 많고 독서에 빠져있습니다. 단어 선택 같은 게 놀라울 정도로. 인터뷰 기술은 스타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라고 봐요. (서민우처럼) 짧은 시간에 본인을 PR하는 임팩트 있는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해요. 꼭 필요합니다. 민우는 재능도 있어요. 어느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생긴 이미지와 달리 판단력을 가졌습니다. 지능도 뛰어나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b11: 강원에 부임한 뒤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이영표 대표와 최용수 감독님이 크로스 올리고 골을 넣듯 호흡은 잘 맞는지요?

“팀 미래를 두고 말할 때마다 건설적 이야기가 오갑니다. 저는 현장 감독으로서 경험과 내공을 말하고, 이 대표는 해외 유명 클럽에서 쌓은 경험들을 전해줍니다. 이 대표의 그런 점으로부터 저도 느끼는 게 많고요. 도움이 됩니다. 이 대표가 고민이 정말 많습니다. 선수 때는 그런 걸 못 봤거든요(웃음). 지금은 대표다운 품격 있는 모습입니다.”
 

b11: 강원의 선수 영입 전반에 대해 손질할 게 많다고 말씀하셨던 바 있습니다.

“시스템이라는 건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에요. 와서 보니까 몇 가지가 눈에 보이더라고요. 체계를 만들고 명문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다지고 싶습니다. 내가 있었을 때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여기서 제가 잘 되기보다는, 강원이 타 구단에 밀리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b11: 선수 영입, 과거 클럽보다는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예산 한계가 있었을 듯합니다.

“강원의 규모에 맞게 보고 있습니다. 실력과 인성이 있는, 팀에 잘 녹아드는 선수들 위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사실 서울에 있을 때도 원한다고 해서 다 그렇게 된 적은 없었어요. 항상 부족한 상태에서 시즌 스타트를 했죠. 이제는 면역이 생겼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b11: 올해, 어떤 축구를 펼칠 생각이신가요?

“지도자들이 의욕에 앞서서 시즌 초반에 (재밌는 축구를 하겠다는) 말을 많이 하죠. 솔직히 시즌 들어가면 언행일치 안 되는 경기가 많습니다. 시즌 시작하고 보면 나와요. 개인 능력이 상대적으로 걸출하다 싶으면 앞으로 나가서 공격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고 실점 확률이 높은 듯하면 수비적으로 풀어가야 하죠. 저도 일단 속도감 있는,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치고 싶죠. 그러나 감독이 원하는 꿈같은 경기를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요? 원하는 베스트 일레븐이 모두 나가는 경기가 몇 번이나 될까요? 시즌 중엔 많은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b11: 2022년의 강원 무엇을 이뤄야 할까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느슨한 팀은 싫습니다. 정확하고 속도감 있게, 지더라고 깔끔하게 하고 싶어요. 어차피 성적은 끝에 가서 두 달 동안에 결정됩니다. 그때까지는 우리가 계획한 걸 물러서지 않고 해내고 싶습니다. 2022년이 그랬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선수들에게 강원은 ‘스쳐지나가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아이들의 사고나 정서에도 그런 점이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는 구단의 정체성을 꼭 확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b11: 감독이라는 직업, 여전히 즐겁고 재미있을까요?

“즐겁고 재미 난 지도자는 K리그에 아무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은 지키고 버티는 스트레스가 있을 테고,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 치른 제 입장에서는 올해 적어도 그것만큼은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하죠. 감독의 고충과 애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냉정한 평가를 받는 직업이에요. 그래도 배운 게 이거 밖에 없습니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이거 밖에 없고요. 매일이 고민의 연속입니다. 모든 감독들의 어려움이죠. 그래도 나름대로 경험을 통한 여유는 있습니다. 한두 경기 진다고 눈 하나 깜짝하진 않아요. 세 경기 이기면 됩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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