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광양)

노 파울 상황에서 쓰러진 상대 선수를 위해 아웃을 시켜야 할 상황,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김포 FC 처지에서는 화가 날 법한 상황이었겠지만, 다른 경기에서 이미 한 차례 크게 데인 적이 있기 때문인지 전남 처지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전경준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26일 오후 1시 30분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2 2라운드 김포전에서 0-2로 패했다. 전남은 전반 17분 손석용, 후반 35분 한정우에게 연거푸 실점하며 시즌 개막 후 씁쓸한 2연패를 당했다.

전남은 지난 1라운드 FC 안양전에서 내준 실점 때문에 한동안 몸살을 앓아야 했다. 안양 선수끼리 부딪쳐 쓰러진 상황에서 드롭볼이 선언되어 공격권을 넘겼을 때, 상대가 볼을 넘겨주지 않고 그대로 공격을 진행한 것이 승부를 가르는 치명적 실점이 되는 경험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경기 후 선수들과 향후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얘기를 나누었다”라며 해법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김포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전반 34분 김포 공격수 권민재가 볼을 잡아 역습을 전개하던 상황에서 전남 수비수 이규혁이 강력한 태클을 시도했다. 이때 오현진 주심이 이규혁의 태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플레이를 진행시켰는데, 볼을 빼앗긴 권민재는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순간적으로 플레이가 멈추었고, 김포 벤치에서는 전남 선수들에게 왜 볼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전남 선수들은 끝까지 볼을 쥐고 있었고, 머뭇거리다 단번에 박스 안으로 롱 패스를 시도했다. 그러자 김포 선수들이 몸을 날려 볼을 밖으로 걷어냈다. 권민재는 그때 일어섰다.

평소였다면 일단 터치라인 밖으로 볼을 내보냈을 전남 선수들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 건 앞서 언급했던 안양전 실점 때문이다. 그때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상대가 어떠한 상황에 놓였든 플레이가 재개될 때 공격권만큼은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했다.

어찌 보면 전남의 반응은 당연하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선의의 행동 때문에 아예 경기를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경기의 안양이 그랬듯 전남 역시 규정 안에서 이와 같은 대처를 했으니 딱히 탓할 것도 없다. 보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실점 상황 이후 피치에는 불신이 꽤 짙게 깔린 듯한 느낌이 가득해 우려됐다. 의도야 어떠했든 과연 이게 옳은 분위기인가 싶은 의문이 든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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