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부산)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은 2021시즌이 종료된 후 한동안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었다.

클럽의 재정적 한계 때문에 8위라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어도, 젊은 지도자로서 K리그2 대상에서 감독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그 리더십과 지도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었다. 장래가 더 기대되는 지도자이기에 향후 더 좋은 팀에서 지휘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충분했다. 그런데 헌신했던 클럽 충남아산에서 꽤 난감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왔을 때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하고, 계속 유임하고 싶으면 공채에 지원하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구단 개혁 작업의 일환이었다고는 하나,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팀을 이끈 박 감독이 온당하게 공을 인정받지 못하는 그림이 연출된 것이다. 과정이 어쨌건 박 감독은 유임에 성공하긴 했다. 본인은 싫은 내색 없이 담담하게 그 과정을 밟았으나, 밖에서 바라볼 때 이 상황을 감내해야 했던 박 감독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컸다.

18일 오전 부산 송정호텔에서 하나원큐 K리그 2022 미디어 캠프 기자회견에 임한 박 감독에게 바로 그 얘기를 꺼냈다. 어찌 보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박 감독은 또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리하자면, 사명감과 자존심 때문이었다.

박 감독은 “충남아산 초대 감독을 하면서 목표를 세운 게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고 시작했는데, 그 결과를 내지 못하고 떠나는 건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황은 있엇다. 하지만 제가 뽑은 선수들, 그리고 이 팀이 날 선택했다는 점을 생각했다. 이제 결과를 내고 싶다. 제가 볼 때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충남아산의 어린 선수들과 만들어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듯했다. 박 감독은 “충남아산에서 K리그 최연소 사령탑이 된 후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최연소”라고 웃으며 말한 후, “성장 가능성 있는 친구들과 제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해보고 싶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축구를 팬들에게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이런 축구가 부끄럽지 않도록 하고 싶다. 선수들도 이런 축구가 재미있고 신난다는 공감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렵사리 유임한 박 감독에게 다가올 2022시즌은 분명히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다. 충남아산은 재정적으로 윤택하지 못한 팀이며, 구단 개혁의 일환으로 다른 팀들은 한두 명씩 쓰는 외국인 선수도 쓰지 못한다. 여러 핸디캡이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그래도 이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충남아산 사령탑으로서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겨울을 지내고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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