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서귀포)

2022시즌을 앞두고 서울 이랜드 FC는 유스팀에서 활약한 젊은 선수들을 콜업했다. 정정용 서울 이랜드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 중 ‘유스팀 프로 직행 1호’라는 특별한 타이틀을 단 이가 있어 주목을 끈다. 서울 이랜드 U-15, U-18 유스를 거쳐 프로팀에 입단한 공격수 박준영이다.

박준영은 제주 서귀포시에서 진행 중인 서울 이랜드의 동계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베스트 일레븐>이 그와 만났을 때에는 막 2주 차 훈련을 마친 참이었다. 앳된 얼굴을 한 박준영은 익숙하지 않은 취재진과 만남에도 전혀 긴장하거나 주눅 든 모습 대신,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띤 채 인터뷰에 임했다.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신인 박준영과 장장 50분에 달하는 긴 대화를 통해 그를 샅샅이 탐구해봤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담아냈기에, 인터뷰는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서울 이랜드의 자랑스러운 프로 직행 1호 유스 선수 박준영과 만남, 이번 2편에서는 ‘선수’ 박준영에 보다 집중했다.

b11: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요. 그러면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제 주특기는 아무래도 스피드인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gps를 달고 뛰는데, 그때 속도가 시속 36㎞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장점을 스피드라고 생각합니다. (b11: 같은 팀에 빠른 김인성 선수도 있잖아요. 같이 뛰어봤나요?) 인성이 형 엄청 빠르시죠. 제가 같은 포지션이라 앞에서 형이 먼저 하는 걸 보고 배우고, 훈련에서도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데 굉장히 탄력이 좋으신 것 같아요. 통통 캥거루 같은 탄력이 있으시더라고요. 괜히 K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수가 아니구나 싶었죠.” (b11 주: 최대 시속 36㎞는 100m를 10초 이내에 뛸 수 있는 속력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격수 엘링 홀란드는 이번 시즌 최고 시속 35.94㎞를 기록했다.)

b11: 프로팀에 오면 외국인 선수들과도 부닥치게 될 텐데 어때요?

“예전 이야기이기는 한데, 초등학교 때 호주로 국제대회를 갔거든요? 호주 명문 팀이라는 팀과도 하고 아프리카 팀, 흑인 선수들과도 경기를 했어요. 그 선수들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도 키가 187㎝에 발이 320㎜ 이렇더라고요. 제 키는 그때 145㎝였어요. 확실히 서양인이랑 피지컬 차이는 있지만 경기를 해보면 기술 부분에서는 아시아 선수들이 더 낫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프로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은 워낙 잘하겠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츠바사 선수랑 훈련을 해봤는데 일본 선수들 특징이나 팀 컬러가 아기자기하고 그런 패스 축구잖아요. 볼을 잡는 거나 볼 차는 게 부드럽고 동작이 매끄러워서 배우고 싶습니다. 사실 오늘도 츠바사 형에게 알 먹어서 커피 샀어요.”

b11: 커피 내기요?

“볼 돌리기를 할 때 5:2로 커피 내기를 해요. 요즘에는 6:2나 7:2로도 하는데, 걸리면 형들 8, 9명한테 커피를 사야 해요. 이번에 거의 서너 번 연속으로 걸렸거든요. 아직 월급을 안 받아서 형들이 커피 사는 걸 취소해주시고 다음부터는 걸리지 말라고 해주세요. 게임 들어가면 볼 빼앗기가 너무 어려워서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b11: 또 인상 깊게 본 타 팀 외국인 선수는 있나요?

“서울 이랜드랑 경남 FC전이었는데, 경남의 윌리안 선수요. 체구가 작고 몸도 호리호리한 편이잖아요. 그런데도 큰 선수들과 몸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드리블로 네 명, 다섯 명씩 달고 뛰며 슛까지 만들더라고요. 또 그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달았는데, 외국인 선수가 한국 팀에서 주장으로 경기를 뛴다는 게 이례적이잖아요. 한국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도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런 플레이 스타일을 배우고 싶기도 해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b11: 플레이 스타일 이야기가 나왔는데, 구단 소개글에는 준영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편한 포지션은 뭐예요?

“초등학교 때에는 수비수도 보고 공격수도 봤어요. 이랜드 U-15 처음 왔을 때 감독님이 최태욱 감독님이셨는데 그때 ‘포지션이 뭐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미드필더가 보고 싶은 거예요.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거짓말을 해서 중학교 1학년 동안 미드필더를 봤고, 2학년 때부터는 사이드백을 봤다가 3학년에 다시 공격수로 바꾸게 됐어요. 사이드백도 같이 보다 보니까 아래나 위 둘 다 설 수 있어요. 스트라이커도 봤고요. 중앙 수비 같은 피지컬을 요하는 포지션 말고는 다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좋은 거짓말이었던 것 같아요. 많이 배웠어요. 그래도 경쟁력을 키우려면 사이드에 고정적으로 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b11: 정정용 감독님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어떤 것 같아요?

“아직 동계훈련을 몇 주 안 했지만 지금 수비 위주로 훈련을 하고 있어요. 상대를 측면으로 몰아내고 상대 진영으로 밀어내는 식의 연습을 했습니다. 전술은 더는 말씀드릴 수 없겠네요.”

b11: 감독님이 따로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직 개인적으로 이야기는 안 해봤지만 훈련에서 피드백을 많이 주세요. 공격수이기 때문에 카운터 훈련을 할 때 실점을 할 뻔했던 상황에서 ‘골을 못 넣더라도 결정을 짓고 나와 줘야 한다, 그래야 뒤에 있는 선수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까 슛까지 하고 결정을 지어줘야 한다’고 하셨어요. (b11: 감독님 성향은 어떠세요?) 감독님이 말씀도 없으시고 진지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시고 성적에 대한 이야기 대신 더 파이팅 할 수 있게 사기를 올려주세요.”

b11: 입단 즈음 인터뷰에서 공격 포인트 7개가 목표라고 했었거든요. 아직도 그대로인가요?

“이번에 좋은 형들이 많이 왔어요. 훈련도 해보고 그랬는데 다른 K리그2 팀들보다도 수준이 높은 선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형들과 함께 훈련하고 배우다 보니 공격 포인트는 9개 정도로 바꿔보겠습니다. (b11: 골과 도움 뭐가 더 좋나요?) 아무래도 공격수니까 도움했을 때보다는 골 넣을 때 희열이 더 강한 것 같아서 골을 더 많이 기록하고 싶어요.”

b11: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요.

“이제 K리그2 경기가 40경기로 늘어난다고 봤어요. 거기서 절반 정도는 뛰고 싶어요. 전반기와 후반기에 적어도 각각 다섯 경기는 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b11: 혹시 붙어보고 싶은 팀은 있어요?

“안양이요. 만나면 꼭 이기고 싶습니다. 상대전적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 유스 때에도 안양과 많이 붙었는데, 안양이랑 경기할 때 더 잘하고 싶어요.”

b11: 볼보이를 했던 구장은 잠실이었는데, 이제 경기장이 목동으로 옮겨가게 됐어요. 어때요?

“중학교 때 리그를 목동에서 몇 번 해봤어요. 그래서 목동 운동장이 친숙한 곳인데, 경기장이 엄청 넓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더 갈고 닦아서 경기장에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b11: 혹시 골 넣으면 하고 싶은 것 있어요?

“유니폼에 이름과 번호가 나올 텐데 그걸 각인시킬 수 있도록 등을 보여주는 셀러브레이션을 해보고 싶어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엠블럼을 보여주는 거예요. 프로 데뷔골을 넣고 이랜드라는 팀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엠블럼을 카메라에 보여주는 거요.”

b11: 이랜드 유스 사상 프로 직행 1호 선수잖아요. 팬들의 기대감도 클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유스팀이 만들어진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제가 경기에 나가고 골도 넣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경기를 해서 우리 유스에서도 잘하는 선수,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도록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서울 이랜드 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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